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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중국]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통한다’…중국, 미술전까지 열며 일대일로(一帶一路) 띄우기

기사입력 2023-09-24 13:00

우리의 추석, 중국의 중추절 연휴가 코앞이다. 틈을 내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 미술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 중국미술관을 다녀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적 야심작이었던 일대일로가 올해로 선포 10년째를 맞았다. 다음 달에는 일대일로 회원국들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국제협력 정상 포럼도 개최하는데, 이미 110개 나라 대표가 참석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앞서 미술 작품전까지 여는 걸 보면 시 주석이 일대일로에 얼마나 관심이 큰지 알 수 있다.

중국미술관에서는 이번 달 일대일로 기념 미술전이 진행됐다. / 사진 = MBN 촬영
↑ 중국미술관에서는 이번 달 일대일로 기념 미술전이 진행됐다. / 사진 = MBN 촬영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통한다…일대일로 자화자찬 성격 전시품 곳곳에 배치


사실 예술에 조회가 깊지 않은 나로서는 작품 하나하나를 감히 평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제목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던 작품이 몇 개 있었다.

먼저 중국 관람객 여러 명이 모여서 감상하고 있는 작품 쪽으로 가봤다. ‘탸오탸오따루통베이징(条条大路通北京)’이란 작품이다. 번역하자면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거창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옛말을 감히 가져다 썼다.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관람하던 한 중국인에게 감상평을 살짝 물어봤더니 “중국의 최근 대외적인 활동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통한다’는 미술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들. 중국의 활발한 외교 활동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다. / 사진 = MBN 촬영
↑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통한다’는 미술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들. 중국의 활발한 외교 활동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다. / 사진 = MBN 촬영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작품 역시 일대일로 자화자찬격 작품이었다. 붉은색으로 덧씌워진 벽 한 면 전체를 다 차지하는 대형 회화 작품인데, 제목은 ‘중궈멍 페이조우멍(中國夢 非洲夢)’이었다. ‘중국의 꿈, 아프리카의 꿈’이란 뜻이다. 작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과 아프리카가 하나의 이상을 공유하게 됐다고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그린 듯하다.

일대일로 기념 미술전에서 ‘중국의 꿈, 아프리카의 꿈’이라는 작품을 감상 중인 관객. / 사진 = MBN 촬영
↑ 일대일로 기념 미술전에서 ‘중국의 꿈, 아프리카의 꿈’이라는 작품을 감상 중인 관객. / 사진 = MBN 촬영


일대일로 10년…세계 곳곳 부작용‧불협화음 속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초반인 2013년 처음 제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이 세계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선언과도 같았다. 중국과 유럽을 육로와 해상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거대한 구상이었다. 선포 이후 10년 동안 152개 나라, 32개 국제기구가 참여했고, 누적 투자액은 9천620억 달러, 우리 돈 1천4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10년 동안 중국은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현재 중국의 영향력은 10년 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파키스탄 카롯 수력발전소나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곳곳에서 진행 중인 초대형 시설 건설을 통해 중국은 확실한 해외 거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명(明)이 생기니 암(暗)도 함께 드리워졌다. 중국의 투자를 선뜻 받았다가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나라가 하나둘 생기는 것이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중 23개 나라가 부채 상환 부담으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모면하려고 중국에 울며 겨자먹기로 기반 시설의 운영권을 넘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거점을 군사력 확장의 발판으로 삼고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인다는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선진 G7 국가 중 유일한 회원국이던 이탈리아는 사실상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 기대감 여전…아프리카서 중국 영향력 확대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부작용만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는 올봄에 중국-라오스 고속철도를 직접 타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 윈난성(雲南省) 쿤밍(昆明)시에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까지 1천km를 10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고속철도였다.

기자는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서 라오스 비엔티엔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 일부 구간을 직접 타봤다. / 사진 = MBN 촬영
↑ 기자는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서 라오스 비엔티엔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 일부 구간을 직접 타봤다. / 사진 = MBN 촬영


독자분들은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국과 라오스 국경은 밀림지대다. 실제 중국 윈난성 모한(磨憨)의 중국-라오스 국경 검문소를 가려면 수십 분 동안 꼬불꼬불 산길을 이동해야 한다. 검문소의 중국 쪽에서 본 라오스 지역은 그야말로 울창한 산밖에 보이지 않아서 과연 라오스 사람들은 어떻게 중국 쪽으로 넘어오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사이 고속철도가 깔렸다. 당연히 중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떨어지는 라오스 입장에서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실제로 이 고속철도는 2021년 말 개통된 지 채 2년이 안 됐는데 이용객은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양국 간 화물 운송량도 2천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은 지난달부터 베트남과도 직행 고속철도 건설을 시작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윈난성 모한의 중국-라오스 국경 검문소. 중국에서 일을 한 뒤 일과 후 라오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사진 = MBN 촬영
↑ 중국 윈난성 모한의 중국-라오스 국경 검문소. 중국에서 일을 한 뒤 일과 후 라오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사진 = MBN 촬영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면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 좋은 내용의 언론 보도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지난 7월

퓨리서치 설문 조사 결과 케냐, 나이지리아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국가들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23%와 15%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답변 비율은 83%에 이른다. 미국의 세계질서 테두리 안에 갇히기 싫은 국가들에겐 중국은 훌륭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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