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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고민하는 '저출생' 대책…외국인은 '이렇게' 말했다[인기척]

기사입력 2023-06-25 09:25 l 최종수정 2023-06-25 11:18
일본인 아야카 "양육 비용 부담 커 출산 꺼려...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중국인 위진 "거주지 따라 학교 지정…대도시 살고 싶지만, 생활비 걱정에 출산 고민"
프랑스인 소피 "아이 3명 낳고 싶다…소득 안정성·혼인 여부 관계없이 지원하는 정부 정책 영향"

신생아. /사진=픽사베이(Pixabay)
↑ 신생아. /사진=픽사베이(Pixabay)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78명을 기록했습니다. 이곳에서 올해 4학년이 된 학생들은 전교 18명, 학급은 1개뿐입니다. 출산율 급감 등으로 통폐합 위기에 놓인 도시 속 작은 초등학교(과소 학교)가 3년 사이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70년대 초 100만 명에 달하던 한국 출생아 수는 지난해 75%가량 줄어든 24만 9,000명이 됐습니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입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같은 달 28일 정부는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건강 등 5개 분야를 핵심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와 추진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저출산 기본계획 수정안과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안(통합본)을 차례대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고 출산으로 인한 여성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사도우미) 시범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도 출산율 저하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日 기시다, '저출생' 대책 직접 발표..."아동수당 지급 확대·육아휴직 급여율 인상 등"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 '어린이 미래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저출생 대책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밝힌 이번 대책에서 내년 10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중학생에서 고교생까지 늘리고, 부모 소득 제한도 철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0~3세 영유아에겐 1인당 월 1만 5,000엔(약 13만 원)을, 그 뒤 고교생까지는 월 1만 엔(약 9만 원)을 각각 주고, 셋째 이후 아이에겐 월 3만 엔(약 27만 원)을 지급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2026년부터는 출산 비용에 보험을 적용하며, 부모 모두에 대해 육아휴직 사용 시 실수령 수입이 줄지 않도록 육아휴직 급여율을 인상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출생아 수 79만 명대, 합계출산율 1.26명을 기록했습니다.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아야카(24·여) 씨는 지난 11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내 삶 챙기기도 바쁜데 양육에 많은 돈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라며 "출산이 꺼려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기조에, 일본 정부는 앞서 '차원이 다른 대책'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저출생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3월 말에는 아동수당의 소득 제한을 철폐해 고소득 가정에도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아동수당 지급 대상 범위를 중학생에서 18세까지로 늘리는 방안을 핵심 내용으로 검토했습니다. 또 자녀가 3살이 될 때까지 보장하던 '야근 면제권'과 '잔업 면제권'을 취학 전까지로 확대하고, 3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근로자의 재택근무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부터는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는 2025년 50%, 2030년까지는 85%입니다.

'인식 개혁'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자가 공공시설에 우선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입니다. 현재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운전면허나 여권 신청 때 어린이를 동반한 이들을 위한 우선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젊은 층의 마음을 단기간 내에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야카 씨는 "이미 정부가 '육아 세대 생활 지원 특별급부금'으로 아이 1명당 약 50만 원씩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데 3억 정도 든다는 말이 있듯 양육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며 "50만 원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저소득 육아 가구에 자녀 1명당 육아 수당 5만 엔(약 46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인구 대국' 중국도 저출생 고민…"높은 집값, 젊은 층 출산 기피에 영향"


과거 '인구 대국'으로 불리던 중국도 저출생 문제를 고민하는 실정입니다. 중국에서 인구 천 명당 출산율은 지난해 6.77명으로 2017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으며, 인구수도 대기근이 있던 1961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인구는 2021년 말 대비 85만 명 감소한 14억 1,175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톈진에 거주하는 위진(韦晨, 23·여) 씨는 14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땐 정부가 아이 한 명만 낳도록 규제했다"며 "그런데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출산율이 점점 떨어졌고, 이제는 정부가 3명까지도 낳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1978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으나 급격한 출산율 저하가 나타나자 2016년 '2자녀 정책'으로 출산 규제 조치를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출산율이 계속해서 떨어지자 정부는 2021년 3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등 출산 제한 정책을 지속해 완화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육아 보조금, 세제 혜택, 주택 보조금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출생으로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자 '출생 인구 1위' 지역인 광둥성마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9일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둥성은 최근 '아이 키우기 좋은 성(省)' 건설을 위한 18개 시책을 발표했습니다. 다자녀 가정의 생애 첫 매수 주택의 대출 한도를 올려주고 공공 임대주택의 임차 우선권을 주기로 했으며, 주택 임차를 위한 주택 공적금(고용주와 근로자가 매달 분납하는 장기 주택 적금)의 인출 한도도 높이기로 했습니다. 또, 청년층과 외지 유입 인구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맞춤형 주택 임차 우대 정책을 추진하며, 일선 시(市)와 현(縣)에 대해선 지역 실정에 맞게 일회성 출산 장려금과 육아 보조금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위진 씨는 "집값이 젊은 사람들의 출산 기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거 같다"면서 "부모들은 아이가 좋은 곳에서 자라길 바라지만 그것이 매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국에선 거주지에 따라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가 다른데, 부모가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자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부자들도 이곳에서 살기 힘들 정도로 집값이 매우 비싸다. 집값이 젊은 사람들의 출산 기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진 씨는 끝으로 "엄마가 임신하셨을 때 일을 그만두셔서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거의 하시지 못했다"며 "엄마가 나를 위해 삶을 희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습을 보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젊은 층의 출산 기피 기조가 심해지자, 중국 지도층도 해결책 모색에 나섰습니다. 중국 런민대학 진창룽 교수는 둘째에게 20점, 셋째에겐 50점, 넷째부턴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자는 '대학 입시 가산점 제도'를 주장했습니다. 또, 홍콩 부동산 대기업 센털라인 프라퍼티(中原地産) 시윙칭 대표는 "두 자녀를 낳기 전까지는 피임 기구인 콘돔을 사지 못하도록 하자"는 극단적 해결책도 제시했습니다.

“프랑스 정부, 소득 안정성·혼인 여부 관계없이 출산·육아 부담 덜 수 있도록 지원”


지난해 합계출산율 1.8명을 기록한 프랑스는 가족 수당과 육아 휴직 제도 등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을 펼쳐 출산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가족 수당(2023.04.01~2024.03.31 기준). 자료: CLEISS(프랑스 사회보장기관) / 사진=MBN 오서연 인턴기자
↑ 프랑스 가족 수당(2023.04.01~2024.03.31 기준). 자료: CLEISS(프랑스 사회보장기관) / 사진=MBN 오서연 인턴기자

프랑스 정부는 자녀 수와 소득 수준에 따라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자녀가 20세가 될 때까지 ‘가족 수당’을 지급합니다. 수당은 자녀가 2명일 경우 월 142.70유로(약 20만 원), 3명일 경우 월 325.53유로(약 46만 원), 여기에 자녀 1명이 늘어날 때마다 182.83유로(약 26만 원)씩 추가됩니다.

영아보육수당에 해당하는 ‘기초 수당’은 일정 소득 이하의 가족에게 지급되는 수당으로, 월 185.73유로(약 26만 원)입니다. 기초 수당은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제공하며, 입양된 아이의 경우 20세 생일 전까지 지급됩니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공립 유치원 등을 통한 무상 교육을 활성화해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있습니다. 또 육아 휴직 급여의 경우 임금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며, 지원 규모는 자녀 수에 비례해 책정합니다. 휴직 기간은 자녀당 1년입니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적정 수준 유지되고 있는 데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가정에 결혼 가정과 동등한 혜택을 주는 겁니다.

프랑스는 1999년 결혼이 아닌 생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팍스(PACS·시민연대협약)’를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비혼 출산 비율은 1998년 41.7%에서 2012년 56.7%로, 2021년에는 63.5%로 늘어났습니다.

파리에 거주하는 소피(31·여) 씨는 "프랑스는 출산율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라며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거나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프랑스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변 프랑스 친구들은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아 (출산에 관한 생각이) 자유롭다"며 "나 역시 아이 3명을 낳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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